[도어MD] 하루에 15번, 1년에 1만 번 여닫는 '문'을 개발하는 사람

2023. 9. 11. 09:49People/직무인터뷰

도어MD 김태영 대리

 

어떻게 한샘에 입사하게 되셨고, 어떤 직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영상학을 전공하고 영화 연출 및 드라마 제작을 3년 정도 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모 방송 PD가 집필한 'Interior One Book'이라는 책을 보고 인테리어업에 도전해 보고 싶어졌어요. 운명처럼 학교에 한샘 채용설명회가 열렸고 ‘잠깐 들어나 볼까?’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입사지원서까지 쓰게 됐죠. 그렇게 2015년에 입사를 했고, 당시 선배들의 추천을 받아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상품 MD’ 직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샘의 MD직무는 어떤가요? 타사 대비 어떤 강점이 있죠?

저는 한샘 MD 직군 중 ‘장식재개발팀’에 소속되어 도어, 중문, 필름 등의 홈도어 상품군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상품개발 직무는 시장 트렌드 조사와 매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을 기획해요. 또 영업, 제조, 구매, 품질, 시공, 시스템, 물류까지 총괄하여 최종 상품 런칭까지 문제가 없도록 매니징하죠. 한샘은 제조업 기반의 유통 회사라 다루는 범위가 넓습니다. 그만큼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특히 한샘 MD는 상품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타사 MD와 비슷하지만, 판촉/전시/시공 기획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조금 더 포괄적인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상품 개발은 데일리 루틴을 정하긴 어렵습니다. 시즌별로 설명 드리면, 상하반기엔 메인으로 담당하는 상품 출시를 위한 기획안을 작성합니다. 그리고 가격 시뮬레이션 시기에는 시장가 조사 및 업체 비딩을 진행하죠. 이후 상품 스펙 확정이 필요한 순간에는 한샘 연구소와 주로 협업하고, 판매가 시작되면 매장 영업 담당자와 소통합니다. 시기마다 주업무 성격이 변한다고 볼 수 있어요. 도어중문은 비규격 시공 상품이라 평소에 설계 상담도 많은 편인데요. 현장에서 특이점이 생기면 개발팀에 즉각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 일선 영업자와 스펙 상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데일리 업무라고 하면, 상품 매출데이터를 확인하고 영업 반응과 제품 개선사항을 체크하는 업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샘의 상품개발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선배님들의 말을 빌리자면 '정해진 상품군 내에서는 뭐든지 다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이미 모든 것이 다 짜여진 업무를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거든요. 하지만 저희 팀은 새로운 변화를 계속 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직접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샘에서 배운 프로그램만 6개이니 말 다 했죠. 프리미어, 인디자인, PPT, 오토캐드 등 미션에 따라 다양한 툴을 사용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힘들지만, 경험이 쌓이면 이런 것들이 자부심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돼요. ‘현장을 생각하는 기획자’라는 점이 한샘 MD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커리어 개발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죠?

맞아요. 또 한샘은 단순 온/오프라인 판매 영역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 설계, 생산, 유통, 물류, 시공, 3D 인테리어 등 프로그램 범위가 넓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시스템 운영 경험과 비즈니스 경험이 가능하죠. 제가 이번에 비규격 상품 기준정보의 체계를 다시 뒤집어 생각해 보는 프로젝트를 맡게 됐어요. ‘컴알못’인 저에겐 버거웠지만 기준정보팀이 많이 도와주시고 조언해주신 덕에 데이터 기초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갈수록 여러 가지 일을 접하게 되니 일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

 

힘든 점은 없나요?

업 특성상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다 보니 내면의 갈등이 찾아오는 시기가 있어요. 예를 들면 갑작스럽게 인기 상품 매출이 빠질 때 정답이 아니라 해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한 거죠. 기억에 남는 일화는 5년 전 홈쇼핑에서 회당 500 세트 이상(5억 수준) 판매되던 제품이 가격 시뮬레이션 변화로 홈쇼핑 런칭이 어려워진 적이 있습니다. ‘홈쇼핑으로 잘 판다’는 공식이 없어진 거죠. 그럼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더 팔 것인가?’란 새로운 고민이 시작됩니다. 실속형 오프라인 신제품이란 미션이 도출됐고 계획에 없던 신제품을 2달 만에 만들어야 해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효자 상품인 '초슬림 3연동'을 출시해 매출을 견인했어요.

보통 메인 상품 런칭을 3월과 9월로 정해두긴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슈가 생기면 빠르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라는 것이 힘든 부분이긴 해요. 또 제품 개발만 한다고 다 통과되는 것이 아니라 까다로운 내부 품평회를 거쳐 경쟁력 있는 제품들만 출시되기 때문에 누락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6개를 준비해도 실제로는 1~2개 만 출시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결국 해내면 엄청난 보람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단점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렵게 준비한 상품이지만 잘 안 팔릴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너무 자주 사용해서 가볍게 여기는 문은 생각보다 큰 제작비가 들어갑니다. 문 하나하나가 다 금형으로 제작되는데요, 금형 하나당 보통 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크기와 디자인에 따라 6~8개 정도의 금형을 파기 때문에 전체 비용이 크죠. 또 설비 공장까지 엮여 있어 제품이 안 팔리면 장기적으로 2~3년 동안 피해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제품을 출시해요. 그런데도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빠르게 수정을 진행합니다. 통폐합을 하거나 단종시킬 때도 있어요. 마음이 아프지만 필요한 일이죠.

 

 

성과지표는 무엇으로 잡으시나요?

신제품 매출, 기존 매출 신장 등이 주된 지표이긴 하지만, 정량평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기별로 이슈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고 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정성적인 성과지표로 잡기도 해요. 올해는 부동산이나 건자재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보다 내부 혁신을 통해 상품이익액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년시즌마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성과지표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든 70%에서 95%로 만드는 것보다 95%를 98%로 높이는 것이 몇 배 더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늘 신중히 처리하며 일하고 있어요.

 

주로 협업하는 대상자는 어떤 분들인가요?

각 부서의 실무자들과 소통합니다. 벤더, 구매, 원가, 품질, 기준정보 담당 부서와 소통하고, 런칭 50일 전부터는 마케팅팀과 주로 협업합니다. 마케팅팀과 홍보팀에서 고객 데이터를 보고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기 때문에 해당 관계자들이 판촉 방식이나 효과적인 홍보비용을 책정할 수 있도록 제품 특성과 시장 분석자료도 전달하죠.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지만, 이해관계가 많을수록 결정을 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어요.

 

예를 들어 MD의 목적만을 생각하고 '난 최저가에 최고의 스펙을 가지고 올 거야'라고 해버리면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아요. 도움을 받으려면 모든 이해관계가 다 풀려야 되는 거죠. 그럴 땐 MD가 더 고생해야 하는 순간들이 생깁니다. A-Z까지 연결이 되는 일인데 중간이 빠지면 일이 멈추겠죠? 이럴 때 MD가 나서야 합니다. A 설득이 끝나면 B를 설득하고 B 설득 끝나면 C를 설득하는 거죠. 이렇게 입장이나 관점이 다른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요. 그 때마다 시의적절한 근거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시장 조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설득만으로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정답’보다 해답을 찾으려는 ‘진정성’이 답일 때도 있습니다. 분명 어려울 일이지만 이 과정을 해내면, 진정한 MD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품개발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MD로서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려면 ‘비즈니스’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잘하고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들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어떻게 시장 변화를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새로운 일을 즐기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봐요. 다른 말로 하면 숫자로 나타난 시장현황을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현실에 맞게 상품화하는 업무의 연속이죠. 이 통섭의 과정을 즐기는 분들이 잘 맞을 거 같습니다. 

 

한샘에 다니시면서 보람찬 순간이 있으시다면?

가끔 출퇴근 길에 택시를 타면 ‘한샘 다니세요?’하고 물어보시는 운전기사님들이 꽤 많습니다. “한샘 제품 써보면 확실히 다른데 주변에서 잘 모르는 게 안타깝다”는 소리도 종종 들어요. 엄청난 칭찬이죠. 덩달아 자부심이 생깁니다. 누군가에게 집에 대한 좋은 추억과 언젠가는 한샘 상품을 다시 사겠다는 꿈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 회사의 직원으로서 상당히 자랑스러워요.

 

어떤 분이 팀원으로 들어오시길 희망하시나요? 

앞서 계속 말씀드렸지만, MD는 장사꾼이에요. 장사꾼은 내 물건을 팔기 위해 부지런히 고민해야 합니다. 내장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저희 팀원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분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계속 생각하고, 배워나가는 자세를 지닌 분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업계의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 스스로 성장하는 경험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